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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필휴지

비록 잡초는 초라할지언정

 

=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 부는 언덕에 이름 모를 잡초야 한 송이 꽃이라면 향기라도 있을 텐데 이것저것 아무것도 없는 잡초라네 발이라도 있으면은 님 찾아갈 텐데 손이라도 있으면은 님 부를 텐데 이것저것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아무것도 가진 게 없네” =

 

2009년에 발표되자마자 국민 히트곡으로 부상한 나훈아의 노래 잡초. 잡초는 일반적으로 식물보다 더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인간의 정서에 있어서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또한 이러한 잡초의 힘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극복해 내는 긍정적인 의미로 비유되기도 한다. 소설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받으면서 한강 신드롬이 불고 있다. 정말 반갑고 고무적인 현상이다.

 

사견이지만 노벨문학상의 수상은 수상 작가는 물론이거니와 그 작가가 속한 국가의 브랜드 가치까지 덩달아 수직 상승시키는 기저로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가 있기 바로 하루 전날, 나는 모 권위 있는 단체에서 주는 작가 대상을 받았다. 물론 노벨문학상에 비교하자면 조족지혈도 안 되는 급()이다.

 

그렇지만 나는 충분히 그 상을 받을 자격이 있었다고 자부한다. 20년 시민기자의 관록과 새벽 4시면 일어나서 글을 쓰는 습관의 견지, 단독 저서 7권과 공저 포함 50권 발간의 현주소가 바로 나의 또 다른 이력서다.

 

이번에 큰 상을 받기 전에도 나는 주변에서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나는 대학을 졸업했어도 책 한 권을 못 냈거늘 홍 작가님은 너무나 가난해서 중학교조차 못 갔다는 분이 어떻게 일곱 권이나?”

 

세상사 모든 결과에는 과정이 숨어 있다. 나는 그동안 잡초의 심정으로 글을 써왔다. 나훈아의 노래 가사처럼 나는 아무도 찾지 않는 삭풍이 부는 광야에서 이름 모를 잡초로 자랐다.

 

한 송이 꽃이라면 향기라도 있을 텐데 그마저 없는 잡초이다 보니 아무도 찾는 사람과 관심조차 없었다. 이것저것 아무것도 가진 것도 없고 하니 딱히 손해 볼 일도 없었다.

 

어느 날, 곰곰 생각하다가 내가 잘하는 걸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스쳤다. 그로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후 나의 남다른 휴먼 스토리가 신문과 방송에 소개되고 책으로도 나오자 여기저기서 만나자는 요청이 쇄도했다.

 

기자로 글을 써 달라는 부탁 또한 밀물이었다. 비록 잡초는 초라할지언정 어떤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이다. 심지어 엄동설한에도 살아남아 내년 봄에 다시 성장할 수 있는 튼튼한 내한성(耐寒性)까지 가지고 있다.

 

홍도야 우지마라 오빠가 있다? 아니다. 잡초야 우지마라. 너에게는 남에게 없는 특유의 승부사적 기질과 바위보다 굳건한 끈기가 있지 않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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