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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즐거워

‘노인의 날’에 야학을 결심하다

 

명경지수(明鏡止水)맑은 거울과 고요한 물이다. 잡념(雜念)과 가식(假飾)과 헛된 욕심(欲心) 없이 맑고 깨끗한 마음마저 아우른다.

 

이 용어의 유래는 장자(莊子)의 덕충부편(德充符篇)에서 찾을 수 있다. 노나라에 죄를 지어 다리를 잘린 왕태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를 따라 배우는 사람이 공자의 제자 수와 같았다고 한다.

 

공자의 제자가 그에게 사람들이 모여드는 까닭을 묻자, 공자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사람은 흘러가는 물에는 비춰 볼 수가 없고 고요한 물에 비춰 보아야 한다. 오직 고요한 것만이 고요하기를 바라는 모든 것을 고요하게 할 수 있다."

 

사진은 어제 찾은 대전시 서구 흑석동 산 95-1번지에 위치한 노루벌 적십자 생태원이다. 들어서는 입구부터 산자수명(山紫水明)과 배산임수(背山臨水)의 뛰어난 풍광이 압도한다.

 

대전의 명경지수 대표주자는 사실 대청호다. 대청호는 찾을 적마다 마음까지 너그러워짐을 느낄 수 있어 참 좋다. 명경지수의 맑은 물과 고요함은 갓 시집을 온 새색시처럼 곱다. 그것도 항상.

 

대청호의 길이는 약 80에 달하며 저수량은 무려 15t이나 된다. 저수량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큰 호수다. 참고로 가장 큰 호수는 강원도에 있는 소양호로 27t이며, 두 번째로 큰 호수는 충주호인데 저수량은 27000만이다.

 

대청호는 물론이요 노루벌 적십자 생태원의 명경지수를 만나면 상선약수(上善若水)의 교훈까지 배울 수 있어서 좋다. 이는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뜻으로, 노자(老子)의 사상에서 물을 이 세상에서 으뜸가는 선의 표본으로 여기어 이르던 말이다.

 

또한 물은 아무리 굽은 길도 굴하거나 피하지 않는다. 어떤 모양의 그릇에도 담길 수 있으며, 흐르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굽이친 곳에서도 흘러갈 수 있다.

 

이처럼 물은 유연하면서도 강한 생명력을 상징하기도 하며,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것을 비유하기도 한다. 또한 물의 속성 중에서는 부드러움과 포용력을 강조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특성들은 우리 삶에서도 많은 영감을 주고 있다.

 

예를 들어, 부드러운 리더십이나 상대방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 등은 물이 가지는 속성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물은 아무리 굽은 길도 흐른다"라는 말은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 가장 올바른 방법이라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아울러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면 결국에는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교훈을 담고 있기도 하다. 오늘은 102노인의 날이다.

 

이따 오후엔 새해부터 시작할 야학 등록을 하러 갈 생각이다. 나도 이젠 확연한 노인이라지만 배움에는 끝이 없다. 명경지수의 마음가짐으로 매진할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