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조심 코리아”라는 안전 문화 캠페인 슬로건이 제정된 것은 지난 2010년으로 알고 있다. 당시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우리 국민들의 안전의식을 높이기 위한 운동으로 이를 범국민 캠페인으로 전개했다.
‘조심조심 코리아’ 선포식은 과거 40여 년간 ‘빨리빨리’ 문화를 통해 이룩한 고속 성장의 그늘에 있는 문제점을 해소하고 향후 국가의 균형성장을 위한 균형추 역할의 의미를 갖는 슬로건이었다.
이후 각 분야, 특히 산업현장에서는 지금도 안전 문화 캠페인과 실천화가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한 건 무시로, 또한 부지불식간에 각종 사고와 사건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7월 1일 서울 한복판 중구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한 운전자의 역주행 사고가 발생해 무려 9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한 마디로 참변이었다. 이날 숨진 9명 중 4명은 같은 시중은행 직원이고 2명은 시청 공무원, 3명은 병원 용역업체 소속 직원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아무런 죄가 없는 시민들이 한 운전자의 차량 운전으로 인해 불귀의 객이 되고만 이 사건에서 우리는 다시금 ‘조심조심 코리아’의 허구성을 관찰하게 된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산업재해 사망 통계에 따르면 2020년도 한 해에 산재 사고로 882명의 노동자가 숨졌으며, 이는 2019년보다 27명(3.2%) 늘어난 수치다.
또한,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률이 최상위권에 속한다. 이러한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 정부는 지난 2022년 1월 27일부터 기존 개정안보다 한층 더 강화된 처벌 수위의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하고 있다.
즉, 경영 책임자가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아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는 것이다. 그런데 1일 발생한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의 15명 사상자에 대한 처벌 규정은 과연 어디에 준거(準據)하여 실행할 것인지 묻고 싶다.
따지고 보면 지금 우린 너 나 할 것 없이 폭탄과 지뢰밭을 밟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파란 신호등이 켜져 보행인이 횡단보도를 걷고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질주하는 일부 운전자, 차로와 인도는 아예 안중에 없는 배달 라이더, 층간 소음으로 이웃 간 분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렇게나 지속적 단속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줄지 않고 있는 음주 운전과 그에 따른 심각한 후과(後果) 역시 ‘조심조심 코리아’의 허구성을 발견하게 되는 대목이다.
“한국에서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전쟁”이라는 자조감과 허무주의는 우리가 어떻게 생활하고 처신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근본적으로 질문하고 있다. 애먼 피해자가 된 9명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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