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밥은 먹고 다니냐?”는 유행어가 회자된 적이 있었다.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이라는 책도 덩달아 인기몰이를 했다는 후문이다.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은 농촌 사회학자 정은정의 밥과 노동, 우리 시대에 관한 에세이다. 2022년 농림축산식품부 식생활 교육 우수도서로 선정되었다. 골고루 갖춘 밥상을 함께 받는 세상을 위해 차갑고 서러운 타인의 밥상을 살펴보는 일 우리가 먹는 음식은 어디에서 올까?
새벽에 문 앞에 배송된 물건은 어떤 이들의 손을 거쳐 왔을까? 아무도 챙기지 않는 이들, 하지만 이들의 노동에 모두가 기대어 살고 있는 사회. 농촌사회학 연구자 정은정이 밥과 노동, 사람과 세상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인간이란 실체를 정의하자면 살아오면서 먹은 음식의 총체이다. 음식은 오로지 물리적 맛과 영양, 칼로리의 총합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개개의 모든 음식에는 정치, 사회, 문화, 그리고 자연의 변천까지 망라되어 있고, 여기에 개인의 기억과 사연까지 깃들어 있다.
포도가 보통의 과일이 아니라 어느 한 여인과 그 가족들의 사랑과 그리움이 담긴 그 무엇이었던 것처럼. 하여 오늘 우리의 입으로 쓸려 들어가는 지상의 모든 음식들이 무겁고 복잡하며 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자의 음식 이야기는 마음 뭉클하고 따뜻하지만,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맛집’에 대한 정보는 없지만, 조리 노동의 고단함과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이야기한다. 유통업계의 성장을 떠받치고 있는 배달 노동의 현실을 비판하고, 한편으로는 청년 라이더들에게 헬멧을 꼭 쓰라 간곡히 부탁하기도 한다.
외국인 이주노동자에 기대어 먹고살면서도 끝내 그들을 동료 시민으로 여기지 않는 모순을 직시하자고 말한다. 학교급식이 멈춰 끼니를 놓치고 있는 청소년들에 대한 걱정도 담겨 있다.
밥을 벌다 목숨까지 잃는 세상에서 누군가는 더 맛있게 먹겠다 호들갑을 떠는 ‘먹방 사회’의 면구스러움을 숨기지 않는다. 과연 우리는 제대로 먹고 있는지, 한 번은 물어보자는 부탁도 한다.
어제(8월 3일) 아들이 집에 왔다. 며느리와 손자도 동행했으니 가족 모두가 총출동한 것이다. 아들은 지난 7월 1일부터 21일까지 회사 일로 미국 출장을 다녀왔다. 이후 건강이 안 좋아서 “진작 오려다가 그리 못 했다”고 했다.
아들의 차에 올라 서대전역 앞 <샤브 쌈 주머니>에서 소고기 샤부샤부(syabusyabu, 끓여서 우려낸 육수에 얇게 저민 고기를 데쳐 갖은 야채 및 양념 국물과 곁들여 먹는 음식)를 배 터지도록 먹었다.
평소와 달리 술을 한 모금도 하지 않자 아내가 의아해했다. “어제도 비몽사몽일 정도로 만취했거늘 오늘 하루쯤은 쉬어야 간장(肝臟)에 대한 예의 아닐까?”
아들은 내가 최근 발간한 『가요를 보면 인생을 안다』의 출간 축하 가족 파티를 하려고 왔다고 했다. “고맙다! 역시 내 아들이다.”
이번 주 토요일(8월 10일) 11시부터 『가요를 보면 인생을 안다』 출판기념회를 가진다. 아들은 멋진 축하 꽃바구니를 보내겠다고 했다. 아내의 언성이 높아졌다.
“이번에 출판기념회 마치면 작년 출판기념회 때처럼 남들에게 다 퍼주지 말고 최소한 아들과 딸이 보낸 꽃바구니만큼은 반드시 집으로 갖고 와야 해!” 아내 말을 잘 들으면 가정의 평화가 담보된다. “아무렴 여부가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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