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시상식장에 취재하러 갔다. 시상식을 마친 뒤 영예의 수상자를 인터뷰했다. “축하드립니다. 오늘의 수상 소회를 부탁드립니다.”
“제가 남들보다 조금 더 열심히 매진한 결과로 말미암아 오늘 이 상을 받은 것 같아요.” 초장부터 ‘같아요’가 나와서 솔직히 불쾌하고 불편했다. 인터뷰이의 ‘같아요’ 남발은 계속 이어졌다.
“평소 무엇을 열심히 하셨는지요?”라는 나의 질문에 “그게 그러니까... 매사 무엇을 하더라도 최선을 다하자는 게 제 신조라고 할까요. 그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아요.”
오늘, 어제 도착한 주말판 신문을 보는데 ‘같아요’ 하는 표현이 잇따라 게재되었다. 결론적으로 '같다'라는 표현은 말도 그렇지만 특히 활자화되는 것, 더욱이 책을 낸다고 한다면 반드시 피해야 한다. 왜? 글을 망치기 때문이다.
"같아요"라는 표현은 문장이나 글을 모호하게 만들 수 있어 주의해야 하는 표현 중 하나다. “~것 같습니다”라는 말은 자신의 생각이나 추측을 표현할 때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이다.
그러나 왠지 두루뭉술한 게 당최 믿음이 안 간다. 대신 “~듯 합니다”는 다르다. 어떤 상황이나 사실을 근거로 하여 판단할 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으로) 예상됩니다” 역시 괜찮다. 이는 미래의 일을 예측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말(글)이다. “~로(으로) 추정됩니다” 또한 마찬가지다. 확실하지 않은 사실을 추정할 때 사용할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은 표현들은 "같아요"보다 더 명확하고 구체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에 글을 더욱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다음은 아름다운 우리말을 해치는 표현 중 일부이다.
“약속 시간에 차가 밀려서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라는 변명이 많다. 이런 경우에도 “차가 밀려서 약 20분 정도 늦습니다. 미안합니다.”는 어떨까?
“~ 같다”의 남발은 어느새 우리 사회를 점령했다는 부자연스러움의 창궐 느낌이다. “우리 선수들이 오늘 승리한 비결은 피곤한 몸임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잘해준 거 같다.”는 감독의 표현 역시 부자연스럽다.
“오늘은 비가 와서 외출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또한 “오늘은 비가 와서 외출을 포기했다.”로 하면 된다. 이러한 “~같다”의 남발은 방송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기자가 상춘객 엄마에게 마이크를 들이대자 엄마가 말한다.
“오늘은 날씨가 화창해서 아이들하고 여기로 놀러 왔는데 기분이 좋은 것 같아요.” 어이가 없어서 기가 막혔다. 이어 똑똑한 아이의 반전 멘트(announcement)가 그나마 불편했던 내 심기를 다독여주었기 망정이지만.
“이번엔 동행한 따님에게 물어보겠습니다. 오늘 여기 구경하니까 기분이 어땠어요?” 아이는 막힘없이 시원스러웠다. “놀이기구도 타고 맛난 것도 많이 먹어서 너무 좋았어요.”
얼마나 가뿐하고 멋진 표현인가? 물론 말과 글(책)에서 “~ 것 같다”라는 표현을 영구적으로 쓰지 말라는 건 아니다. ‘벌집 쑤신 것 같다’라는 말과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다’라느니 ‘호떡집에 불난 것 같다’란 표현도 실은 다 괜찮은 표현들이다.
그런데 ‘엄청 좋은 것 같다’라느니, ‘기쁜 것 같다’, ‘슬픈 것 같다’ 따위는 매우 어색하다. 이들은 ‘~는 것’과 ‘~을 것’ 뒤에 쓰여 추측, 불확실한 단정의 뜻을 나타내는 용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 것 같다”는 사실 습관이다. 얼마 전에도 취재를 하는데 발언자 강사의 “~ 것 같다”는 표현이 무려 수십 번이나 등장하여 정말 짜증이 폭발할 지경이었다.
‘예쁜 거 같아요, 아픈 거 같아요, 화나는 거 같아요, 맛있는 거 같아요.’처럼 느낌을 나타내는 감정어 역시 ‘같다’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 거기다 부사(副詞)인‘ 너무’까지 곁들이면 더욱 어색하다.
자랑이 아니라 나는 그동안 저술한 여섯 권의 책에 “~ 것 같다”는 표현은 단 한 줄도 등장하지 않는다. 잘못된 습관은 버려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 것 같다”는 표현은 쓰지 않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