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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맛없는 X”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취재하러 가면 시간에 따라 식사를 하게 된다. 예컨대 오전 중에 취재가 끝나면 점심시간이 된다거나, 오후나 저녁 시간에 시작되는 공연 등은 밤이 된다. 그러면 소위 뒤풀이라고 하여 술까지 식탁을 점령한다.

 

그런데 식사든 술이든 그걸 섭취하는 장소는 십중팔구 식당이 된다. 여기서 이따금 어떤 딜레마(dilemma)가 발생한다. 그날 밥과 술까지 사는 주최자가 은근히 압력(?)을 주기 때문이다.

 

“홍 기자님, 이 식당을 ‘맛집’으로 소개 좀 해 주세요.” 얻어먹은 죄로 하는 수 없어 이튿날이면 그 식당은 나의 현란한(?) 필력에 힘입어 졸지에 ‘맛집’으로 언론에 등극한다.

 

굳이 이러한 굴절(屈折)의 방법이 아니더라도 이미 ‘소문난 맛집’은 마니아들의 발길로 북새통을 이룬다. 대표적인 곳이 전국 빵집으로 등극한 [*심당]과 두부두루치기로 소문난 [*로집]과 [*난 집] 등이다.

 

부산지방우정청이 부산·울산·경남 지역 우체국이 추천하는 맛집 가이드를 제작해 배포한다고 밝혔다. 책자의 이름은 ‘우체국 추천 맛집 가이드’라고 한다. 참 좋은 아이디어라고 느껴졌다.

 

우체국 집배원은 하루에만 수십㎞를 다니고 달리는 그 지역의 토박이(대대로 그 땅에서 나서 오래도록 살아 내려오는 사람)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어떤 식당의 어떤 메뉴가 맛있는지, 주인의 친절 점수는 얼마인지도 한눈에 꿰고 있다.

 

이런 혜안(慧眼, 사물을 꿰뚫어 보는 안목과 식견)은 집배원 이상으로 ‘지역 통찰 도사’인 택시 기사와 별반 다름없다. 맛집 소개는 비단 이런 경로가 아니더라도 블로그와 유튜브 등으로 지금 이 시간에도 시시각각 바람의 속도 이상으로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이런 방법으로 매출이 오르면 누이 좋고 매부까지 좋은 법이다. 그런데 수학만 정석이 있는 게 아니다. 사실 맛집에도 정석(定石)이 있다.

 

요즘 중고생은 잘 모르겠지만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수학책은 '수학의 정석'이었다. 성지출판은 1966년부터 2016년까지 '수학의 정석' 누적 판매 부수가 4,600만 권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우리나라에서는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셈이다.

 

아무튼 맛집의 정석은 좋은 재료를 사용하여 신선하고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며, 손님들의 입맛에 맞는 메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어야 한다. 여기에 가격이 착하고 친절까지 100점이면 그야말로 ‘딱 맞다’.

 

정석(定石)은 이처럼 평판(評判)을 기초로 해야 한다. 그 사람의 인성이 나쁘고 부실하여 평판이 나쁘면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 썰물처럼 떠나듯 식당도 마찬가지다. 주변을 살펴보면 의외로 그런 사람이 적지 않음을 발견할 수 있다.

 

“밥맛없는 X”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