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초등학교 동창들과 늦은 피서를 갔다. 색소폰을 잘 부는 동창이 밴드 등 음악 기기를 잘 다루는 지인을 데리고 참석했다. 덕분에 술과 음악에 취한 동창들과 함께 잘 놀다 왔다. 평소
그처럼 악기를 잘 다루는 이가 부럽다. 하여 언젠가는 오카리나를 구입했다. 독학으로 연주하는 법을 배우려 했으나 말처럼 쉬운 게 아니었다. 그래서 지금도 오카리나는 주인을 잘못 만난 죄로 인해 집안의 어디선가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다.
<늦게 핀 미로에서> (저자 김미정)는 비록 음악에 관한 학위와 전공은 없지만 음악에 대한 넘치는 열정과 사회에 기여하는 인생이 되고 싶다는 소명감으로 음악 치료사의 길에 발을 디딘 저자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재활시설의 장애아동들, 폐쇄 정신병동의 환자들, 요양병원의 치매 노인들, 한센인 마을의 한센인들, 다문화 교육시설의 다문화 여성들 등 사회 곳곳의 소외되기 쉬운 사람들과 음악으로 소통하고 하나 되는 모습은 독자들에게 가슴이 절로 뭉클해지는 감동을 선사한다.
일반적으로 우리 같은 베이비부머는 답답한 일이 생길 때면 습관적으로 술에 의존하게 된다. 아울러 신세를 한탄하는가 하면 심지어 세상이 자신을 몰라준다며 분개하기도 일쑤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
그러한 시간 대신 저자의 주장처럼 평소 기타라도 배워둔다면 훨씬(!) 건강하고 또한 건전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인 ‘늦게 핀 미로’에서의 미로(迷路)는 그 미로가 아닌 미로(美路)를 의미한다.
이러한 표현에 걸맞게 “음악은 우리를 회복시켜 주는 힘이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음악은 알코올이 없이도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음악은 나에게 매일 마시는 산소와도 같았다. 하지만 음악 전공자가 아닌 내가 어떻게 기여할까 하고 끝없이 상상하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특별한 경력도 없는 나에게 호기심은 동력이었고 아무도 없는 작은 거실은 때론 강의장, 때론 무대였다. 아무도 없었지만 박수 소리가 들렸고 누군가와 함께 눈물도 흘렸다. 그렇게 수많은 ‘生 show’의 향연 덕택에 작은 폭발이 끝없이 일어났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며 감격해한다.
예기(禮記)에서 이르길 ‘옥은 갈지 않으면 그릇이 될 수 없고 사람은 배우지 않으면 도를 알 수 없다’도 했다. 그래서 말인데 악기 역시 마찬가지란 생각이다. 프랑스에서는 중산층의 정의(定義)에 악기 하나를 다룰 수 있는 능력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악기를 다룬다는 것은 또 다른 삶의 윤활유임과 동시에 상실된 자아(自我)의 미로(迷路) 회복까지를 이뤄줄 수 있는 또 다른 미로(美路)가 아닐까 싶다.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로 들어서고 있는 현실에서 더욱 관심 있게 바라봐야 할 부분은 그 노년층의 또 다른 행복 추구와 그 실천의 방식이라고 본다. 그 중심에 악기(연주)가 있다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 “당신은 모르실 거야 얼마나 사랑했는지 세월이 흘러가면은 그때서 뉘우칠 거야 마음이 서글플 때나 초라해 보일 때에는 이름을 불러주세요 나 거기 서 있을 게요 두 눈에 넘쳐흐르는 뜨거운 나의 눈물로 당신을 아픈 마음을 깨끗이 씻어드릴 게 음 당신은 모르실 거야 얼마나 사랑했는지 뒤돌아봐 주세요 당신의 사랑은 나요” =
2001년에 발표한 혜은이의 <당신은 모르실 거야>이다. 혜은이의 노래처럼 악기 연주법을 하나라도 배워두지 않으면, 그래서 더 세월이 흘러가면은 ‘그때서 뉘우칠 거야’라는 생각이다. 마음이 서글플 때나 초라해 보일 때에도 악기는 분명 위안을 주는 친구일 테니까.
■ “음악은 일상의 먼지를 영혼으로부터 씻어낸다.” - 레드 아워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