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정 그대가 원하신다면 그대 위해 떠나겠어요 헤어지기가 섭섭하지만 묵묵히 나는 떠나겠어요 행여 그대가 거짓말일까 봐 다시 한번 애원합니다 헤어지기가 너무 섭섭해 다시 한번 애원합니다
사랑이란 이런 건가요 너무나도 안타까워요 사랑이란 이런 건가요 말씀 한번 해 주세요 혹시 제가 잘못 했었다면 너그럽게 용서 해줘요 만약 지금 밉지 않다면 제발 그냥 있게 해줘요 사랑이란 이런 건가요 너무나도 안타까워요 사랑이란 이런 건가요. 말씀 한번 해 주세요” =
1978년에 선보여 히트한 조영남의 <사랑이란>이다. ‘사랑’이란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이기에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 더욱이 그 “사랑한다”는 말을 상투적(?)으로 남발하는 부모와 가족을 떠나 심쿵한 연인으로부터 듣는다면 봄바람처럼 설레는 마음은 더욱 주체하기 어렵다.
이 사랑의 압권인 미술품에 ‘공원 벤치(the garden bench)’가 있다. 제임스 티소(James Tissot)는 프랑스의 화가이다. 파리의 사교계 여인들을 정확하고 생동감 있게 표현한 그림으로 명성을 얻었으며 말년에는 종교화에 심취하여 성서의 삽화를 많이 그렸다고 전해진다.
티소의 작품 중 하나인 ‘공원 벤치’의 모델은 캐슬린 뉴튼과 그녀의 아이들이다. 캐슬린은 티소가 런던에서 성공적인 기반을 다져가던 시기에 만난 여인이다. 캐슬린은 당시 사생아를 둘이나 낳은 젊은 이혼녀였다.
따라서 당시 영국의 윤리적 관점에서 그녀를 대상으로 하여 ‘요조숙녀’로 그려낸 이 작품은 사회적 편견과 지탄의 대상까지 되었다고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티소는 이에 굴하지 않고 오히려 캐슬린과 그의 아이들까지 사랑했다.
이를 보자면 40세 여교사와 15세 소년의 만남으로 화제를 뿌렸던 전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과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 부부의 25살 나이 차이를 극복한 러브 스토리가 자연스레 소환된다.
마크롱은 2017년 5월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당시 만 39세 나이로 당선됐다. 30대라는 역대 프랑스 최연소 대통령으로 프랑스 정치 역사에 새로운 이름을 새겼다. 하지만 그보다 더 화제가 된 것은 부인 브리지트 마크롱과의 로맨스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고교 시절 자신의 스승이었던, 25살 많은 브리지트 여사와 사랑에 빠졌다. 브리지트 여사는 당시 3명의 자녀를 둔 기혼자였다. 두 사람의 관계에 놀란 마크롱 부모는 아들을 파리로 보냈지만, 마크롱은 반드시 브리지트와 결혼하겠다고 선언했다.
결국 브리지트는 이혼하고 두 사람은 2007년 결혼했다. 무명의 정치인이었을 때는 25세 연상 아내와의 러브 스토리는 마크롱에게 시선을 모아주기 좋은 소재였다. 하지만 마크롱의 정치적 성장과 함께 부인을 둘러싼 악선전도 늘었다.
브리지트 여사는 "사람들이 우리의 나이 차에 놀라고, 이해하지 못하는 점도 이해한다"면서도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놀라는 수준을 넘는 사람들의) 공격성이다. 그로 인해 상처받고, 고통받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브리지트 여사에게는 3명의 자녀와 7명의 손주가 있는데 마크롱과의 사이에는 자녀가 없다고 한다. 그렇지만 마크롱은 브리지트가 전남편과의 사이에 둔 세 자녀와 손주 7명이 모두 자신의 가족이라고 말한다고 하니 사랑의 힘을 새삼 느낄 수 있다 하겠다.
티소는 이 밖에도 캐슬린을 주제로 한 작품을 여럿 그렸는데 그녀는 결국 폐결핵으로 드러눕는다. 6년 뒤 그녀가 세상을 떠나자 그녀의 빈자리를 견딜 수 없었던 티소는 황급히 고국 프랑스로 돌아온다.
그리곤 ‘공원 벤치’ 이 작품을 40여 년 간이나 자신의 곁에 두고 보면서 그녀를 그리워했다니 그 오매불망(寤寐不忘)의 순애보가 가슴을 적시게 한다.
성공 가도를 달렸던 티소는 캐슬린과의 만남으로 인해 보수적인 영국 화단에서 퇴출당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어쩌면 평생을 그녀를 사랑했다.
드라마를 보자면 사랑을 테마로 한 것들이 여전하다. 그러나 요즘의 드라마 사랑 이야기는 마치 쓸쓸히 혼자서 먹는 ‘혼밥’의 인스턴트 식품인 양 그렇게 깊이가 없고 맛 역시 밍밍하다는 느낌이다.
어쨌든 사랑이란, 그리고 그 종착역은 조영남의 절규(?)처럼 결국엔 ‘헤어지기가 섭섭하지만 묵묵히 나는 떠나겠어요’의 수순을 밟는 게 우리 삶의 여정이 아닐까 싶다. 얼마 전 초등학교 동창이 타계했다.
나이를 먹을수록 세월이 갈수록 이러한 빈도는 더할 것이다. 할 수 없는 일이다. 세월을 이길 방도는 없으니까. 결국 세월 앞에서는 사랑도 무용지물(無用之物)이다.
■ “사랑은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다.” - 생텍쥐페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