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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가게 아가씨

 

= “우리 동네 담배 가게에는 아가씨가 예쁘다네 ~ 짧은 머리 곱게 빗은 것이 정말로 예쁘다네 ~ 온 동네 청년들이 너도나도 기웃 기웃 기웃 그러나 그 아가씨는 새침데기 ~ 앞집의 꼴뚜기 녀석은 딱지를 맞았다네 ~ 만화가게 용팔이 녀석도 딱지를 맞았다네 ~ 그렇다면 동네에서 오직 하나 나만 남았는데 ~ ! 기대하시라 개봉 박두 ~” =

 

1986년에 발표한 가수 송창식이 부른 <담배 가게 아가씨>. 우리나라에 담배가 들어온 시기와 경로에 대해서는 정확한 기록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저런 기록과 문헌 등을 살펴보면 조선시대 광해군 때인 1608~1618년쯤 일본에서 전래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또한 담배가 처음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때는 남쪽 나라에서 왔다고 해서 남령초혹은 담바고’, ‘연초라고 불리다가 시간이 흐른 뒤 담배로 불렸다는 설도 없지 않다.

 

아울러 지금과는 사뭇 다르게 옛날 사람들은 담배가 해롭지 않았다고 생각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심지어 담배를 의약품 대용쯤으로 여겼다는 이들도 있다고 하니 지금의 시각에서 보자면 그야말로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 처가에 가는데 다시금 담배 한 보루를 샀다. 장모님께선 여전히 애연가인 까닭이었다. 예전과 달라 담배 가격이 껑충 뛰었다. 따라서 가장 싼 담배라 해도 담배 열 갑이 든 한 보루는 자그마치 4만 원이나 된다.

 

하여 돈이 없는 국민은 담배조차 사서 피울 수 없는 지경까지 몰렸다. 의지가 약한 까닭에 나 또한 여전히 담배를 태운다. 그러면서도 전방위적으로 공격을 하고 있는금연 광고는 무시로 죄책감을 느끼게도 한다.

 

나도 담배를 끊어야 하는데!!’ 아들과 딸은 집에 올 적에 이런저런 선물을 사 온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제 아비인 내가 좋아하는 담배는 단 한 갑조차 사 오지 않는다. 이는 내 건강을 고려한 것이라곤 하되 솔직히 약간은 섭섭한 것도 사실이다.

 

가요 <담배 가게 아가씨>의 발표 시기는 1986년이니 어느덧 38년이나 되었다. 이 노래가 나올 때만 하더라도 지금처럼 흡연자를 마치 범죄자 취급하듯 하는 세태는 단연코 없었다.

 

오히려 시골 버스를 타면 버스 안에서 어르신께서 담배를 태우는 모습 또한 낯설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담배를 제목으로 한 가요는 이 밖에도 진송남의 담배 연기와 선우영의 담배 연기 부르스’, 임병수의 담배 연기처럼등이 있다.

 

20131121MBC 뉴스에서는 우리나라의 흡연 인구 비율이 23.2%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2년마다 배포하는 보건의료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흡연 인구 비율은 23.2%OECD 평균보다 높았다는 것이다.

 

지난 10여 년간 일본과 미국 등은 흡연율이 20% 이상 감소한 데 반해 우리나라 흡연율은 11% 줄어드는 데 그쳤다. 또한 한국인 남성의 흡연율은 41.6%OECD 국가 중 가장 높았고, 여성의 흡연율은 5.1%로 낮은 편이지만 지난 20014.2%에 비해 1%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OECD 국가 가운데 여성 흡연율이 상승한 나라는 우리나라와 체코 포르투갈 3개국뿐이다. 금연을 하면 건강에도 좋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상식이다. 그러나 매사는 역지사지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내가 금연자라고 해서 흡연자를 범죄시하고 더욱이 왕따시키는 것도 모자라 매도까지 하는 행위는 다분히 지독한 이기주의라고 보는 시각이다. 간혹 흡연자들끼리는 서로 우리 같은 애연가는 애국자라며 씁쓸한 농담을 주고받는 적이 있다.

 

이는 담배 한 갑 가격의 대부분을 세금이 차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초라고 불리는 일반 궐련 담배 한 갑 가격 4,500원 중 세금이 3,323원이다. 3,323원에는 담배소비세 말고도 지방교육세·국민건강증진부담금·개별소비세·폐기물 부담금·엽초경작지원사업출연금 등이 붙는다.

 

이렇게 걷힌 세금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과 금연 교육 등 국민 건강관리에 쓰인다. 담배에 붙는 세금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담배소비세다. 담배소비세는 무엇이고, 얼마나 걷히고 있는지 살펴본다.

 

1989년 지방세로 도입된 담배소비세는 지방재정 보완을 위해 세율을 조금씩 올렸다. 2015년에는 정부가 국민 건강을 위해 담배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명분으로 담뱃세를 대폭 인상해, 담뱃값이 2,500원에서 4,500원으로 한순간에 2,000원이나 올랐다.

 

그렇다면 담배소비세는 연간 얼마나 걷히고 있을까.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흡연자는 1,00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국민 5명 중 1명이 흡연자인 셈이다. 담배소비세 세수는 201127,850억 원에서 202135,579억 원으로 10년 사이 약 8,000억 원이나 증가했다.

 

2010년대 초반까지 2조원대 후반 규모였던 징수액은 2015년 담뱃값이 대폭 인상된 후부터 3조 원을 넘어선 것이다. 이처럼 엄청난 세금을 거둬들이면서도 여전히 흡연자를 마치 토끼몰이하듯 냉대하는 세태의 어떤 이중 잣대는 솔직히 어처구니마저 없다는 느낌이다.

 

금연하면 건강에도 좋다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상식이다. 그렇지만 힘든 노동을 하다가 담배 한 대 태우는 시간이 유일한 휴식 시간인 노동자들의 고충을 아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담배를 꽤 사랑했다는 정조 대왕은 어린 시절부터 암살 위협과 아버지의 죽음 등 스트레스가 극심하여 일찍부터 담배를 입에 댔다고 알려져 있다. 담배를 백해무익(百害無益) 하다곤 하지만 때론 정서안정 등의 긍정적 측면도 간과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어쨌거나 이제 우리 동네 담배 가게에도 담배를 파는 아가씨는 진즉 사라지고 없다. 짧은 머리 곱게 빗은 처자는커녕 꾸부렁 늙은이 둘이서 담배를 팔아 연명(延命)하는 허술한 구멍가게만 눈에 띈다.

 

담배 가격을 더 올려야 한다는, 시류를 읽지 못하는 식자(識者)들이 얄밉다. 자신은 담배를 안 태운다는 이유만으로, 담배를 태우는 이들을 마치 미친개 패듯 하는 건 언필칭 배운 자들의 교만 아닌가?

 

진짜로 예쁜 처자가 모습을 드러내기에 온 동네 청년들의 설레는 로망이기도 했던 우리 동네의 담배 가게 아가씨는 과연 어디로 갔을까. 흡연도 때론 인권(人權) 축에 드는 거 아닐까.

 

모든 인간은 존중 받을 권리가 있다." - 안네 프랭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