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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약 같은 친구

=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자네는 좋은 친구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우리 두 사람 전생에 인연일 거야 자식보다 자네가 좋고 돈보다 자네가 좋아 자네와 난 보약 같은 친구야 아아아 사는 날까지 같이 가세 보약 같은 친구야“ =

 

2015년에 발표되면서 친구의 가치를 크게 끌어올린 가수 진시몬의 히트송 <보약 같은 친구>. 보약(補藥)은 몸의 전체적 기능을 조절하고 저항 능력을 키워 주며 기력을 보충해 주는 약이다.

 

따라서 보약을 적절히 먹으면 겨울에도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다. 딸이 고교생일 적엔 철마다 보약을 챙겨서 먹였다. 단골로 가던 한의원의 원장님께선 딸이 고 3 수험생이 되자 추가로 총명탕을 먹이는 게 좋다고 하셨다.

 

총명탕은 기억력 향상과 학습 능력 증진에도 효과가 있다고 하기에 주저 없이 승낙했다. 그 덕분이었을까? 딸은 자신이 원했던 소위 명문대를 갔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우리네 인생사에 있어서도 출구가 안 보이는 어두운 터널인 양 잘 안 풀리는 난제(難題)의 문제가 총명탕 한 그릇으로 뚝딱 해결된다면 오죽이나 좋을까!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해마다 설과 추석, 조상님 제사 때는 아산에 사시는 숙부님을 찾아뵈었다. 어느 해 설날에도 찾아가 준비한 선물을 드린 후 점심 식사를 하면서 술도 따라드렸다.

 

영국의 극작가 셰익스피어는 안토니우스를 만나러 가는 클레오파트라의 모습을 그녀가 내뿜는 향수 냄새로 바람마저도 상사병에 걸릴 지경이었다고 했다. 나 또한 그런 심정이 되어 기왕지사 아산에 온 김에 보약 같은 친구에 다름 아닌 두환 형을 만나고 싶었다.

 

", 안 바쁘시면 술한잔할까요?" “어디냐?” “0000 앞입니다.” 두환 형은 미사일보다 빨리 오셨다. 두환 형은 얼추 50년이 다 된 지난 시절, 아산의 모 호텔에서 근무할 당시 인연을 맺은 분이다.

 

당시 사귀었던 사람들 대부분이 소원해지고 연락처마저 안개에 쌓였지만, 두환 형만큼은 지금도 만날 카톡까지 주고받을 정도로 여전히 친밀하다. 하여간 자그마치 50년 우정이니 정말 대단하고 위대한 역사가 아닐 수 없다.

 

두환 형과 나는 이동한 천안아산역에서 KTX를 기다리는 시간까지를 아끼고자’ 3차의 술잔까지 내처 기울였다. 그 자리에서 마치 모처럼 장날을 맞아 마실 나온 아낙들인 양 흉금을 터놓고 미주알고주알 수다까지 마구 떨었음은 물론이다.

 

동생의 건강을 생각해서 형이 조언하는데 술 좀 줄여라!” “술이라도 마셔야 이 위선적이고 풍진 세상을 그나마 살 수 있죠.”

 

저만치서 부산행 KTX가 성큼성큼 들어서고 있었다. “절대로 졸지 말고 대전역에서 잘 내려!”를 독촉하신 두환 형이 새삼 감사했다. 지난봄, 숙부님이 사무치게 그리웠다. 그래서 두환 형과 통화한 뒤 아산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났다.

 

두환 형이 대절한 택시를 타고 아산시공설봉안당을 찾아 숙부님과 숙부님보다 먼저 별이 되신 숙모님께도 인사를 올렸다. 돌아오면서 동생, 올해는 책 안 내니?”를 물으시길래 작가의 저서 출간은 어떤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올여름쯤에 색다른 책을 내려고요.”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선뜻 지갑을 열어 흔쾌히 두둑한 현금까지 주시며 응원해 주신 두환 형이 새삼 더욱 고맙고 든든했다. 친구라고 해서 다 친구가 아니다. 외려 친구를 빙자하여 이익만을 추구하거나 피해를 입히는 경우도 다발하는 게 우리가 사는 세상의 요지경 꼴불견이다.

 

그러나 진정한 친구는 그 어떤 보물과 돈보다 소중한 법이다. 퍼내도 퍼내도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우정의 깊이가 여전한 두환 형은 나에게 있어 진정 보약 같은 친구이다. 두환 형~ 고맙습니다! 건강하세요!! 사랑합니다!!!

 

친구란 무엇인가? 두 개의 몸에 깃든 하나의 영혼이다.” - 출처 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