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에 올랐다. 성남네거리에서 팔순의 어르신이 탑승하셨는데 거동이 불편한 게 한눈에도 안타까웠다. 이때 ‘반전’이 일어났다. 50대 중년으로 보이는 버스 기사가 갑자기 인상이 우락부락해지면서 그 어르신과 언쟁이 붙는 것이었다.
“또 타시는 겁니까?” “그렇다. 어쩔래?” 느닷없는 설전에 나를 비롯한 승객들 모두 어안이 벙벙해지는 느낌이었다. 버스 기사가 언성을 더욱 높였다.
“어르신, 지금 이 순간부터 얼른 마스크 착용하세요. 그리고 버스 안에 함부로 침 뱉으면 바로 강제 하차시키겠습니다. 승객들에게도 아무런 말씀 하시 마시고요.” 그러거나 말거나 어르신께서는 여전히 혼자서 중얼거렸다.
버스는 나의 목적지인 대전역에 도착할 때까지 두 번이나 중간 정차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버스 기사는 어르신을 억지로 내리려 하고, 어르신은 절대 못 내리겠다면서 버틴 때문이었다.
그처럼 둘이 마치 견원지간(犬猿之間)인 양 으르렁거린 까닭은 왜인지 알 수 없었다. 어쨌든 처음 목격한 그 장면은 나이를 곱게 먹어야 한다는 어떤 명제를 나에게 숙제로 부과하는 듯했다.
나이는 우리가 서로 다른 관점에서 이해해야 할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각 개인에게 예의를 갖추고 존중하며 상호 간의 대화를 통해 이해하려고 노력함으로써 간극과 차이를 극복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나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람들에게 축적되는 경험과 지식을 나타낸다. 나이 든 세대들은 그들이 가진 풍부한 경험과 지혜로 젊은 세대에게 영감을 줄 수도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받아들일 준비도 되어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일반적으로 신체 기능이나 면역력 저하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심지어 치매 증상이나 심각한 건망증 등도 걱정으로 대두한다.
시내버스 기사는 중년(中年)으로 보였는데 대한민국 정부는 중년과 장년(長年)을 구분하여 (장년(壯年)까지 포함한) 중년은 40-49세, 장년(長年)을 50-64세로 나누며 65세 이상을 노년으로 본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만 46세부터 만 64세까지를 중년기로 보기도 한다. 중년이 되면 남녀 모두 직장이나 사회에서 지위가 높아지면서 높은 성취감을 얻을 수 있으나, 건강 측면에서는 여러 가지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여성의 경우 폐경기를 겪으면 골다공증과 우울증을 겪을 확률이 높아지고, 남성의 경우 비만 등으로 인한 대사증후군을 겪으면서 각종 성인병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고 한다.
따라서 건강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하는 시기임은 물론이다. 가수 박상민은 2006년에 발표한 <중년>이란 노래에서 중년을 이렇게 정의했다.
= “어떤 이름은 세상을 빛나게 하고 또 어떤 이름은 세상을 슬프게도 하네 우리가 살았던 시간은 되돌릴 수 없듯이 세월은 그렇게 내 나이를 더해만 가네 한 때 밤잠을 설치며 한 사람을 사랑도 하고 삼백예순하고도 다섯 밤을 그 사람만 생각했지 한데 오늘에서야 이런 나도 중년이 되고 보니 세월의 무심함에 갑자기 웃음이 나오더라
훠이 훨훨훨 날아가자 날아가 보자 누구라는 책임으로 살기에는 내 자신이 너무나도 안타까워 훠이 훨훨훨 떠나보자 떠나가 보자 우리 젊은 날의 꿈들이 있는 그 시절 그곳으로” =
구구절절 옳은 주장이다. 세상에 뉘라서 우리가 살았던 시간을 되돌릴 수 있으랴. 생로병사(生老病死)는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하늘의 지엄한 명령인 것을.
그러나 간혹 중년, 아니 노년의 나이임에도 어처구니없는 행동과 처신으로 망신살이 뻗치는 사람을 볼 수 있어서 유감이다. 60대의 데이트 살인이 바로 이런 우려의 타깃이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60대 박 모 씨가 교제 중인 60대 여성의 ‘이별 통보’에 격분해 그 여성과 30대 딸을 흉기로 보복 살해한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2024.6.2.)
정말 어이가 상실되는 느낌이었다. 나이를 허투루 먹고 경거망동하면 가족조차 외면한다. 중년도 다 아는 상식을 노년이 몰랐다면 인생 헛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 “밝고 행복한 성격을 가진 사람은 나이의 압박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정반대 성격을 가진 사람에겐 젊음과 나이듦 모두가 짐이다.” - 플라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