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평소 건강이 안 좋다. 집안에 환자가 있으면 좌불안석이 된다. 어제 조퇴 의사를 밝힌 뒤 일찍 귀가했다. 캐리어에 아내의 물품을 챙겨 넣은 뒤 카카오택시를 호출했다.
이윽고 도착한 C 대학 병원에서 입원 수속을 밟았다. 원무과에서는 나에게 보호자증을 줬다. 바코드가 붙어 있어 보호자증이 없으면 문이 열리지 않는다.
아내를 병실에 입원시킨 뒤 간호사에게 “내일 제 아내 수술 시간 스케줄 잡히는 대로 꼭 알려주시기 바랍니다!”를 당부하고 병원을 나왔다. 목에 걸었던 보호자증은 지갑에 넣었다.
국어사전에서 보호자(保護者)는 어떤 사람을 보호할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과 미성년자에 대하여 친권을 행사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따라서 아내의 보호자는 당연히 남편인 나의 몫이다.
또한 포괄적으로 볼 때 보호자는 부모나 후견인 또는 법적 대리인 등이 해당된다. 보호자는 특히 자녀들의 건강과 안전, 교육, 사회적 발전 등을 책임지며, 이들이 올바른 가치관과 행동 양식을 습득하도록 지도하고 조언해야 한다.
아울러 자녀들의 개인정보와 사생활을 존중하고 보호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에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 이들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해야 하는 중책까지 맡고 있다.
팔자가 드세어서였는지 나는 어려서부터 보호자가 부재(不在)했다. ‘사람이 망하면 친척도 떨어져 나가고 부귀해지면 모르는 사람도 모여든다(貧賤者親戚離 富貴人他人合)’는 말이 있다. 내가 꼭 그랬다.
그래서 남들보다 비교적 이른 나이 스물셋에 결혼했다. 나에게도 때론 ‘보호자’가 돼줄 수 있는 아내가 간절히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리곤 이듬해 아빠가 되었다.
병원을 향해 출발하기 전, 효자 아들로부터 제 엄마의 건강을 걱정하는 전화가 왔었다. “아빠가 같이 가니까 걱정하지 말거라.” 그래도 아들은 집요(?)했다. “병원에 도착하시면 또 전화 주세요.”
병실을 배정받은 뒤 아들에게 전화를 하여 아내를 바꿔주었다. “네 아빠가 챙기고 있으니 신경 쓰지 말고 회사 일에 전념하거라.”
세상에 아프고 싶은 사람은 없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몸과 건강을 소중히 여기고, 질병이나 부상으로부터 보호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때로는 예기치 않은 사고나 질환으로 인해 고통받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특히 보호자와 가족의 관심과 도움이 절실하며, 사회적 지원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치료와 회복 과정에서 심리적인 안정과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병원에서 도와주는 것도 매우 필요하다.
하여간 정부와 의료계 간의 의료분쟁 여파로 인해 지난 3월의 수술 스케줄이 오늘로 미뤄졌다. 아내의 수술이 잘 되어 오늘 퇴원하길 보호자는 나는 간절히 기도한다.
그런데 소망(所望)이 이뤄지려면 우리의 전통주를 빚듯 적절한 발아(發芽)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은 또한 때로는 시련을 동반한다. 시련은 늘 우리를 시험한다. 특히 그 대상이 보호자라고 한다면 더더욱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