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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과 찔레꽃

 

다음은 조선 시대 실학자였던 성호(星湖) 이익(李瀷) 선생의 이야기다. 이익 선생의 마당에는 두 그루의 감나무가 있었다. 하나는 많이 열리지 않는 대봉시 감나무였고, 다른 하나는 많은 땡감을 맺었다.

 

선생은 두 나무 모두 불편함의 원인이라 생각하며 한 그루를 베어내려 했다. 그러나 선생의 부인은 이렇게 말했다.

 

"대봉시는 제사상에 올리기에 좋고, 땡감은 말려서 곶감이나 감말랭이로 우리 식구들 배를 채울 수 있어요." 부인의 말에 성호 선생은 톱을 내려놓고 웃었다.

 

부인 말이 맞소. 그렇다면 이게 바로 유단취장(有短取長)이렷다." 우리의 삶에도 이와 같은 순간이 있지 않을까? 많다. 다만 이를 구태여 의식하지 않을 따름이다. 아니면 아예 무시하거나.

 

이익 선생의 유단취장고사는 누군(무언)가의 단점을 보기 전에 그 속에서 장점을 발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오늘은 109일 한글날이다.

 

그래서 ['시발점'이라고 하니 "왜 욕해요?"학생들 문해력 부족 심각]이라는 뉴스를 담은 107일 자 연합뉴스를 살펴본다.

 

= ”"사건의 시발점(始發點)이라고 했더니 '선생님이 욕하냐?'고 말했대요." "두발 자유화 토론을 하는데, 두발이 두 다리인 줄 알았다네요." 교원의 절반가량은 학생 10명 중 2명꼴로 문해력이 부족하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578돌 한글날(9)을 앞두고 전국 5848명의 초··고 교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생 문해력 실태 교원 인식 조사' 결과를 7일 발표했다. 조사에서는 학생의 문해력이 부족해 당황했거나 난감했던 사례를 묻는 문항에 5천여 명 이상의 교원이 예를 들어 답했다.

 

구체적으로는 '금일(今日)을 금요일로 착각했다', '왕복 3회라고 했는데 왕복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부자리를 별자리로 생각한다' 등의 사례가 있었다. 또한 '족보를 족발 보쌈 세트로 알고 있었다',

 

'3 학생이 수도라는 말을 몰라 충격받았다', '3이 풍력이 무엇이냐고 물어봤다'고 답하기도 했다. '사회 시간에 단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친구가 90%'라며 심각한 상황을 토로했다. (후략)“

 

= 한마디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아무튼 그럼 왜 이런 현상이 빚어진 걸까? 편견일지 몰라도 스마트폰과 유튜브 등에 경도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학생은 교과서 외는 책을 보려 하지 않고, 직장인은 바쁘다는 핑계로 역시나 서점이나 도서관을 찾지 않는다.

 

이러니 당연히 문해력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문해력(文解力)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글이나 책을 보고 척척 이해하려면 평소에 응당 독서에 힘써야 한다.

 

위에서 열거한 이익 선생의 유단취장마인드, 그러니까 아무리 스마트폰과 유튜브(기타 SNS)가 좋을지언정 평소 그와 병행하여 책을 읽고 이해하는 걸 즐기며 습관도 들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어느 하나만을 좋아하는 편견을 버리고 두루 사랑하는 입장을 견지하자는 것이다. 위에서 열거한 대봉시(大峯柹)는 감의 하나로써 끝이 뾰족하고 길쭉하며 크다. 과육이 단단했을 때는 떫은맛이 강해 먹기가 힘들지만 완전히 익어서 물렁물렁한 홍시가 되면 무척이나 당도가 높고 맛이 좋다.

 

반면 땡감은 덜 익어 맛이 떫은 감이다. 그러나 시간을 두고 말리면 곶감이나 감말랭이(감 껍질을 깎은 후 3~5쪽으로 잘라 말린 것)가 되어 간식으로도 으뜸이 된다. 아예 지역 특산품으로 상품화하여 아주 잘 팔리는 감도 적지 않다. 가수 이미자의 2000년 히트곡에 찔레꽃이 있다.

 

-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 나라 내 고향 / 언덕 위에 초가삼간 그립습니다 / 자주 고름 입에 물고 눈물 젖어 / 이별가를 불러주던 못 잊을 사람아 / 달뜨는 저녁이면 노래하던 동창생 / 천리 객창 북두성이 서럽습니다 / 삼 년 전에 모여 앉아 찍은 사진 / 하염없이 바라보니 그리운 시절아“ -

 

이 노래를 호출한 까닭은 문해력 고찰 차원에서다. 아주 오래전, 딸이 여섯 살 무렵 있었던 어떤 비하인드 스토리(behind story). 당시 딸은 동네 학원에 다녔는데, 하루는 학원에서 학부모들을 초청하여 내 자녀(학원생)의 한글 낱말 쓰기 경연대회를 열었다.

 

이날 학원 선생님이 불러주며 원생이 칠판에 백묵으로 쓰게 한 글자는 찔레꽃이라는 단어였다. “자신 있는 사람은 누구든 이 칠판 앞으로 나와서 글자를 써 봐요.”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원생들이 우르르 나왔다.

 

하지만 찔레꽃이라고 써야 정답이거늘 찔래꼿, 찔레꽂, 찔레꼴, 찔뢰꽃 등 그야말로 빌밋하게(빌밋하다 = 어지간히 비슷하다) 오답(誤答)을 쓴 원생이 즐비했다. 그런데 단 하나, 내 딸만이 유일하게 찔레꽃이라며 정답을 썼다.

 

학부모들의 경탄이 이어졌음은 물론이다. 위에서 소개한 연합뉴스에서 지적했듯 교원들은 '요즘 학생의 문해력이 과거에 비해 어떻냐'는 질문에 '91.8%'저하됐다'고 답했다.

 

또한 교원들은 학생의 문해력 개선을 위해서는 독서 활동을 강화하는 것(32.4%)이 가장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어휘 교육 강화(22.6%), 디지털매체 활용 습관 개선(20.2%), 토론·글쓰기 등 비판적 사고 및 표현력 교육 강화(11.4%) 순으로 말했다.

 

교원들은 디지털 기기가 학생들의 필체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봤다. 94.3%'디지털 보급으로 학생들의 필체 가독성이 나빠졌다'고 답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역시 "학생들이 다른 사람 도움 없이 교과서를 이해하지 못하고 시험 치기도 곤란한 현실은 정말 심각한 문제"라며 "문해력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진단·분석을 시작하고, 디지털기기 과의존 문제를 해소하는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윗글에서 이익 선생의 마당에 있던 두 그루 감나무의 차이를 설명하며 유단취장(有短取長)의 중요성을 살펴보았다. 아무리 스마트폰과 SNS 시대라곤 하지만 그보다 상위를 점하는 것은 역시 문해력이다.

 

문해력은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문해력은 특히 교육 분야에서 매우 중요하다. 학생들은 책이나 강의를 통해 지식을 습득하는데 이때 문해력이 부족하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학습 효율이 떨어진다.

 

또한, 직장에서도 업무 수행에 필요한 문서나 이메일 등을 이해하고 처리하는 데 있어서 문해력은 필수적이다. 문해력은 소통과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상대방의 말이나 글을 잘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며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과 문화생활에도 영향을 준다.

 

의약품 설명서나 건강 관련 정보를 이해하고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으며 다양한 문화와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데도 문해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문해력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며 이를 향상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독서와 글쓰기 연습, 그리고 다양한 매체를 통한 정보 수집 및 분석 능력을 키우는 것이 당연하다. 유단취장(有短取長)의 긍정적 마음가짐을 병행하면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