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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메이커 덕분에 웃음 만발 결혼식 성료

 

지난 토요일에 처조카가 결혼식을 올렸다. 가족이 모두 총출동했다. 그중엔 나의 아들과 딸, 며느리와 사위, 친손자와 외손녀도 동석했다.

 

예식은 오후 1시부터 시작되었는데 새벽과 아침까지도 전국적으로 극한 호우(極限豪雨)가 빗발쳤다. 그래서 전국적으로 산재해 있는 가족들이 모두 참석할 수 있을까 우려되었다.

 

극한 호우는 1시간의 누적 강수량이 50mm 이상이면서 3시간 누적 강수량이 90mm 이상일 때, 또는 1시간의 누적 강수량이 72mm 이상일 때를 말한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극단적 호우를 의미한다.

 

보통 1시간 강수량이 30mm가 넘을 경우 집중 호우라 하는데, 극한 호우는 이보다 훨씬 더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강력한 폭우이다. 극한 호우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 기후 현상으로 발생하며, 산사태, 침수, 하천·계곡 범람 등 각종 재해를 유발한다.

 

해마다 빈도가 늘어나는 추세로, 201348, 201788, 2020117, 2022108건의 극한 호우가 발생한 바 있다. ‘극한 호우라는 표현은 기상청에 의하여 만들어졌다.

 

2023년 기상청은 극한 호우가 불러올 수 있는 피해를 줄이고, 후속 피해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극한 호우 재난 문자'를 발송하기 시작하였다. 극한 호우 재난 문자 발송은 20236월부터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시범 운영되었으며, 2024년부터 전국으로 확대하여 시행되고 있다.

 

아무튼 시간은 저벅저벅 흘러 전국에 흩어져 사는 가족들이 속속 예식장으로 들어섰다. 이윽고 예식이 시작되었다.

 

신부 측과 달리 부모님이 모두 부재한 처조카(신랑 측)가 새삼스레 많이 안타까웠다. 지난 40여 년 전, 나 역시 처조카처럼 부모님이 없는 조촐한 예식을 치르면서 얼마나 슬프고 외로웠던가!

 

여하튼 결혼식은 애사가 아니라 경사인 법. 잠시 후 사랑하는 내 손자들이 예식장 분위기를 박수와 폭소 분위기로 반전시켰다.

 

신랑과 신부는 사진을 찍거나 말거나 관심 없고 자기들끼리 어울려 무대 초입에 눕거나 신랑과 신부 입장 때는 쫓아다니며 박수를 치는 등 시종일관 천진난만(天眞爛漫)과 웃음바다의 모든 걸 아낌없이 보여주었다.

 

덕분에 사실상 예식장의 히로인으로도 손색이 없었다. 남진의 히트곡에 내 영혼의 히로인이 우뚝하다. 히로인(heroine)은 소설, 영화, 연극 따위에서 여자 주인공을 뜻한다.

 

처조카가 제 아내를 항상 히로인이상으로 받들며 백년해로하길 축원했다. 부부는 익숙함 속에서도 설렘을 잃지 않는 싱그러운 사랑이다.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며 완성되는 존재인 까닭에 결혼식 때의 초심만 견지한다면 그 어떤 극한 호우조차 이들을 이길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