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에 다 지은 유명 건설사 브랜드의 초고층 아파트가 곧 입주를 앞두고 있다. 50층에 육박하는 매머드급 아파트이며 고가로도 소문이 짜한 곳이다.
최근 들어 근처의 도로 정리 사업에서부터 조경에 이르기까지 더욱 박차를 가하는 걸로 보아 “10월부터 입주한다”는 홍보가 맞는 듯싶다. 하지만 최소 7억 이상은 주어야 들어가 살 수 있다는 아파트이고 보니 나처럼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서민으로선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그저 맨송맨송 아무런 의미도 없고 심지어는 허무한 심정으로 그 아파트의 밑을 지나칠 따름이다. 대전에는 여기 말고도 여기저기서 흡사 우후죽순(雨後竹筍)처럼 고층 아파트 건설이 붐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드는 어떤 합리적 의심이 하나 있다. ‘과연 저 아파트엔 누가 들어가 사는 걸까?’ 주지하듯 대전은 인근의 세종시가 인구를 증가하는 것과 다르게 인구가 줄었다.
150만 명을 넘었던 대전시 인구가 140만 명대로 붕괴한 것은 지난 2018년부터였다. 대전시 인구는 지난 2014년 7월 153만 6349명을 정점으로 계속 하락했다. 대전시 인구 감소의 원인은 무엇보다 세종시 출범이었다.
거주지 이동이야 민주국가의 기본이니 더 이상 함구하겠다. 어쨌든 지금도 몹시 궁금한 것이 있다. 그건 바로 주택시장 위축세에도 불구하고 미분양 아파트를 '싹쓸이'하는 부동산 투기 세력이 다시 설치고 있을 것이라는 느낌이다.
이들은 향후 아파트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보고 입지 여건이 상대적으로 괜찮거나 개발 잠재력을 지닌 곳의 미분양 물량을 선점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들 미분양단지 대다수는 중도금 무이자 융자 조건이기 때문에 당장 계약금만 있으면 여러 채를 계약할 수 있다고 하니 이 또한 투기 세력에겐 달콤한 먹잇감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부동산 투기 세력은 사실 전국적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언젠가 충남 서산의 시가지에서 분양한 한 아파트에서는 외지인 투기 세력이 200여 채를 싹쓸이 분양받았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해서 논란이 일었다.
특히 이들 외지인 투기 세력은 아파트를 분양받은 후 1채당 4,000만~6,000만 원씩의 프리미엄을 붙여 되팔았다는 것으로 알려져 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이는 등 후폭풍까지 만만찮았다는 후문이다.
1채당 5,000만 원으로 200채면 무려 100억 원의 불로소득이다. 요즘 <사기 열전>을 읽고 있다. 여기에 도척(盜拓)이라는 인물이 나온다.
중국 춘추시대 때 공자와 거의 같은 시대에 살았다고 하는 도둑의 두목이다. 현인(賢人) 하혜(柳下惠)의 아우였지만 못된 무리 9천여 명을 거느리고 전국을 휩쓸며 악행을 자행했다.
그는 날마다 죄 없는 사람을 죽이고 심지어 그들의 고기를 잘게 썰어 육포로 먹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하늘은 그를 징치(懲治)하지 않아 자신의 수명을 다 누리고 죽었다.
권선징악(勸善懲惡, 착한 일을 권장하고 악한 일을 징계함)을 최선의 인생살이로 배우고 실천한 사람만 바보가 되는 느낌이었다. 착하게 살면 복 받는다고?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