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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 언니’를 읽고

 

몽실 언니는 권정생이 쓴 대표 작품으로, 1984년 도서출판 창비에서 단행본으로 발간됐다. 판화가 이철수 화백이 그림을 그렸으며, 20세기 한국의 슬픈 역사적 현실 속에서 살았던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동족상잔의 비극을 경험한 한 여자아이의 일상적 삶을 통해 전쟁의 폭력성을 그린 작품이다.

 

이 책에서는 몽실이라는 소녀가 어려운 환경에서도 가족과 이웃들을 돌보며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책 내용 중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몽실이가 동생 난남이를 낳다가 어머니를 잃는 장면이다.

 

몽실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난남이를 키우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자신의 아픔을 이겨내는 모습이 매우 감동적이다. 또한, 6.25 전쟁으로 인해 마을 사람들이 고통받는 모습과 그 속에서도 서로 돕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의 삶과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책을 보면서 몇 번이나 눈시울이 뜨거웠다. 1969년 동화 강아지 똥으로 기독교지 '기독교 교육'의 제1회 아동문학상을 받으며 문단에 나온 동화 작가 권정생의 몽실 언니는 마치 나의 지난 과거를 호출하는 듯하여 더욱 감회가 남달랐다.

 

6.25 한국전쟁 전후를 배경으로 우리 현대사의 굴곡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민초들의 처참한 나날들은 풍요가 출렁대는 오늘날의 과거 디딤돌이었음을 새삼 깨닫게 한다.

 

또한 지독한 가난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이웃과 세상을 감싸안은 한 소녀의 위대한 성장기를 보면 존경심까지 발아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일제강점기가 끝나고 해방을 맞았지만 몽실의 아버지 정 씨는 날품팔이조차 구하지 못하는 등 돈을 벌지 못한다.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집을 나간 정 씨가 없는 사이 몽실 엄마 밀양댁은 몽실 동생 종호와 먹고 살기 위해 구걸까지 하지만 종호는 시름시름 앓다가 죽고 만다.

 

밀양댁은 먹고 살기 위해 몽실을 데리고 비교적 살 만한 처지의 다른 남자와 살러 간다. 그러나 비정했던 새아버지는 동생 영득이가 태어나자 몽실을 모질게 대했다. 결국 몽실이는 새아버지의 구타로 인해 절름발이가 된다.

 

전쟁과 가난으로 얼룩진 세상에서 엄마를 새아버지에게 빼앗긴 것도 분하거늘 한쪽 다리까지 다쳐 절름발이가 된 몽실이는 하지만 천사표 마음씨를 지닌 씩씩한 소녀였다.

 

착했던 새엄마가 죽고 아버지마저 휴전 후 전쟁터에서 어렵사리 돌아왔지만 그마저 병원 앞에서 죽는다. 훗날 척추 장애인(책에는 꼽추로 나온다) 남편과 어렵게 살면서도 어릴 적 곱고 착한 마음씨를 여전히 견지하고 있는 몽실에게서 독자는 물질만이 행복이 아님을 새삼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