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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의 부르스

= “옛날의 나를 말한다면 나도 한때는 잘 나갔다 ~ 그게 너였다 그게 나였다 한때 나를 장담 마라 ~ 가진 건 없어도 시시한 건 죽기보다 싫었다 ~ 언제나 청춘이다 사나이의 가슴은 ~ 오늘도 가슴 속에 한 잔 술로 길을 만든다 ~ 오늘 밤은 내가 쏜다 더 멋진 내일을 그리며 ~ 사나이의 인생길은 한방의 부루스” =

 

2005년에 발표한 가수 전승희의 <한방의 부루스>. 부루스는 블루스(blues)를 뜻한다. 이는 미국 남부의 흑인들 사이에서 일어난 두 박자 또는 네 박자의 애조를 띤 악곡이며 느린 곡조에 맞추어 추는 춤의 하나로도 알려져 있다.

 

안정애의 <대전 부르스>는 이별의 말도 없이 떠나가는 새벽 열차 대전 발 050분을 노래했다. 반면 <한방의 부루스>는 가사의 내용처럼 과거 잘 나갔던자신에게 거는 일종의 도도한 최면술(催眠術)이다.

 

사람에겐 누구나 황금기가 존재한다. 과거의 내가 그랬다. 내가 과장급 소장으로 승진한 건 아들이 불과 두 살이었던 지난 198421일이다. 당시 최연소 소장이라 하여 회사에서도 단박 화제의 인물로 부상했다.

 

그렇긴 하지만 과장이 되어 휘하의 직원들을 관리.감독하려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어쨌든 그즈음엔 나도 <한방의 부루스> 가사처럼 잘 나갔던시절이었고 따라서 시시한 건 죽기보다 싫었다.

 

그래서 툭하면 오늘 밤은 내가 다 쏜다!”며 돈을 펑펑 쓰기도 다반사였다. 그렇지만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世無永遠)더니 호시절은 잠시 왔다 금세 떠나는 봄날만큼이나 짧았다. 대신에 그 자리를 꿰차고 앉은 것은 실패와 빈곤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내용을 굳이 쓰는 연유는 글로 남기지 않은 아픔과 추억은 마찬가지로 흔적도 없이 증발하기 때문이다. 즉 일종의 반성적 거울로 삼자는 얘기다.

 

조선의 승부사들이란 책이 있다. 여기엔 열정과 집념으로 운명을 돌파한 사람들이 담겼다. 세상은 그들을 외면했으나 그들은 세상의 중심에 우뚝 섰다. 과거 조선은 엄격한 신분제 사회였기에 자신의 신분적 한계를 극복하고 그 분야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였다.

 

그들은 한때 뜨거운 눈물을 흘렸을지라도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계속하며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인생 승리를 이루어냈다. 여기선 과학기술자 장영실과 상례 전문가 유희경, 역관 홍순언과 의원 허준도 나온다.

 

이 외에도 비파 연주가 송경운과 박물학자 황윤석, 천문학자 김영과 목민관 김홍도, 국수(國手) 정운창과 출판 전문가 장혼 등 열 사람이 등장한다. ‘낙이불류 애이불비(樂而不流 哀而不悲)’라는 말이 있다.

 

이는 공자가 한 말로써 즐거워도 휩쓸리지 마라슬퍼도 비탄에 빠지지 마라는 뜻이다. 내 비록 현재는 여전히 어렵되 궁달유시(窮達有時)’를 믿고 있다. 이는 궁핍하고 영달함에는 때가 있다는 뜻이다. 누구에게나 힘이 되는 좋은 글이 있어 소개한다. 영국의 비평가 겸 역사가였던 토머스 칼라일의 <오늘을 사랑하라>이다.

 

- “오늘을 사랑하라. 어제는 이미 과거 속에 묻혀있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는 날이라네. 우리가 살고 있는 날은 바로 오늘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날은 오늘. 우리가 소유할 수 있는 날은 오늘뿐. 오늘을 사랑하라. 오늘에 정성을 쏟아라. 오늘 만나는 사람을 따뜻하게 대하라. 오늘은 영원 속에 오늘. 오늘처럼 중요한 날도 없다. 오늘처럼 소중한 시간도 없다. 오늘을 사랑하라. 어제의 미련을 버려라. 오지도 않는 내일을 걱정하지 말라. 우리의 삶은 오늘의 연속이다. 오늘이 30번 모여 한 달이 되고, 오늘이 365번 모여 일 년이 되고, 오늘이 3만 번 모여 일생이 된다.” -

 

참 멋진 글이다. 토머스 칼라일의 글을 읊조리며 언젠가 다시 맞게 될 한방의 부루스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자면 평소 멋진 내일을 그리며 더욱 열심히 살고 볼 일이다.

 

사랑은 증오의 소음을 덮어버리는 쿵쾅대는 큰 북소리다.” - 출처 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