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사람 잡는 폭염이 만인을 괴롭히고 있다. 현재 여기 대전의 온도는 32.1도. 그러니 안 더울 리가 없다. 오늘도 아침에 나가 공공근로를 마치고 귀가하려니 땀이 비 오듯 했다.
땀방울이 동공(瞳孔)까지 마구 침범하는 바람에 눈까지 쓰라렸다. 와~ 정말 덥다!! 대전복합터미널에서 105번 시내버스를 하차한 뒤 바로 들어서는 4번 직행버스(낭월 차고지 <-> 비래동 방면)로 환승했다.
그리곤 한신휴플러스(아파트 단지) 정류장에서 내렸다. 그런데 H 장로교회 앞에 아이스박스와 함께 “무료 생수 나눔 - 편히 드세요.”라는 문구가 함께 서 있었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냉큼 아이스박스를 열었더니 아닌 게 아니라 꽝꽝 얼린 생수가 가득 들어 있었다. 그중 하나를 꺼내서 마셨더니 줄곧 괴롭혔던 폭염조차 36계 줄행랑을 놓는 게 아닌가!
순간, ‘일반천금(一飯千金)’ 아니 ‘일수천금(一水千金)’이라는 생각에 흐뭇하고 고마웠다. 일반천금은 '한 끼의 식사이지만 천금과 같은 가치가 있다'는 의미로, 작은 은혜라도 잊지 않고 반드시 갚는다는 것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다.
중국 한나라의 개국공신인 한신(韓新)의 고사에서 유래되었으며, 일반은(一飯恩) 또는 일반지은(一飯之恩)이라고도 한다. 다음은 사기(史記) ‘회음후 열전’(淮陰侯列傳)에
나오는 이야기다.
한신이 무명의 서민이었을 때, 집안이 워낙 가난한 데다가 별 재간도 없어서 항상 남에게 얹혀 먹고 사는 신세였다. 이렇다 보니 그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일찍이 남창(南昌)의 한 마을 촌장 집에서 자주 밥을 얻어먹었는데, 여러 달씩이나 신세를 진 적도 있었다. 그러자 갈가위(인색하여 제 욕심만을 채우려는 사람) 심보였던 촌장의 아내는 한신에게 밥을 안 주려고 아침밥을 지어 가족끼리만 몰래 먹어 치우곤 하였다.
어느 날, 한신은 회수(淮水)에서 낚시질을 하다가, 마침 물가에서 무명을 표백하던 노파들을 보았다. 한데 그들 중 한 노파가 굶주린 한신의 모습을 보고 수십 일 동안 그에게 밥을 먹여주었다.
이에 한신은 크게 감동하여 언젠가 반드시 후하게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한신은 초왕(楚王)에 봉하여진 뒤, 자신에게 밥을 먹여준 노파를 찾아 천금(千金)을 주고, 촌장에게도 일백 전의 돈을 주었다.
당시 천금이라면 지금 시세로 치면 아마 수십억은 될 것이었다. 제대로 은혜를, 그것도 정말 톡톡히 갚은 셈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은혜를 입어도 잊기 십상이다. 아니면 의도적으로 기억을 안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한신은 자신이 배 곯던 시절의 밥 한 끼 고마움을 제대로 보상한 셈이다. 정말 진짜 남아다웠다.
위에서 길 가는 행인에게까지 얼린 생수를 그냥 주는 H 장로교회 관계자분들의 선행에 선뜻 일수천금(一水千金)이라는 생각이 든 것은 그만큼 감사했다는 방증이며, 내가 또 스스로 만든 어떤 신판 사자성어다.